서해삼육초에서 남금랑 교장선생님을 다시 만난 건 4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길 좌우에 꽃들이 만발한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데 봄날은 너무 좋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평일임에도 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서 조금은 느긋한 마음이었다.
서울에서 약 3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서해삼육초는 충남 홍성군 광천읍내에 있는 사립초등학교이다. 꽤 넓은 학교부지에 초, 중, 고가 모여있었다. 각 학년 당 1학급으로 학생수는 현재 총 152명이라고 했다. 지방에 있는 사립초등학교라는 점, 학생모집이 배정이 아니라 지원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적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서울에 있는 태강삼육초 교감으로 재직 중이셨던 남금랑 교장선생님은 2006년 3월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1955년 개교라는 긴 역사와
충남지역의 유일한 사립 초등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진 서해삼육초이지만 당시에는 학생모집 등 학교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교육청에서 폐교결정이 난 상황이었다. 학교재단으로부터 교장 부임을 권유 받은 선생님은 망설였다고 했다. 이미 폐교 상황에 이른 학교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당시 학생 수는 정원(1학급당 32명)에 훨씬 못 미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로 빠져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이 학교 교사들에게서 저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에게는 저력이 있으며, 교장으로서 나는 교수방법, 학교 운영 기획, 업무추진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고 선생님들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에는 교사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교장으로 부임한 첫해에 선생님은 학교 상황을 파악하고, 지역상황과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학교를 특성화시킬 방안을 찾는 한편, 학교 운동회에 학부모들과 지역주민을 초대하여 학교 행사를 지역의 축제장으로 만들었다. “그때 학교를 특성화시킬 수 있는 교수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인텔 미래로 가는 교육의 PBL 수업이었어요. 마침 홍성교육청에서 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인텔, 미래로 가는 교육’ 연수안내가 있어서 내가 연수신청을 하여 받은 후 모든 교사에게 전달 연수를 했고, 하드웨어 준비까지 학부모와 재단 지원으로 완전히 마친 후 연구수업 공개를 하도록 하여 교육청과 학부모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듬해 또 한 교사를 연수 받도록 했습니다.” 세 명의 교사들이 학교에서 이 수업을 공개했는데, 홍성교육청 교육장님께서 친히 공개수업에 참관하여 수업활동을 보신 후 “규모는 작은 학교이지만 가장 알찬 첨단수업으로 지역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학교”라고 하시며 홍성교육청 관내 초.중등 교장들에게 공개하도록 하였다. “당시 공개수업에서 한 사람의 방관자도 없이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학습에 참여하는 것을 봤어요. 그 때 수업을 지켜 본 엄마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험문제 한 두 개 더 맞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공부할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협동할 수 있는 마음을 키워가는 것인데 이 수업은 바로 그런 수업입니다.”
교장으로서, 무엇보다도 교사의 수업기술을 중시하는 남교장님은, 선생님들이 수업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고 수업 이외의 업무 기획 및 보고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기도 하고, 영어, 예체능 교과에 대해서는 교과전담을 활용하는 등 교사들의 수업연구 시간을 확보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확보된 시간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위해 필요한 연수나 수업연구를 위해 쓸 수 있도록 배려된 것이다. 필요하면 교장 선생님이 직접 연수를 하기도 했다. 올 해 인텔 연수를 받은 한 선생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겨울방학부터 이번 학기에 휴직을 하게 되었을 때 교장선생님은 직접 올해 새로 발령을 받은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전달 연수를 하여 프로젝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올 해 새로 부임해서 그렇게 연구수업을 했던 최윤규 선생님은 “처음에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과연 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어요. 하지만 막상 수업을 하니 학생들이 신기하게도 컴퓨터 기능을 자연스럽게 스스로 익히고, 수업 중 질문을 많이 하는 겁니다. 보통 수업을 할 때는 딴 짓 하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인데, 이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는 딴 짓 하는 학생들도, 수업에 방관자도 없더군요. 따돌림 받는 학생들이 없어진 것도 이 수업의 효과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창의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이 너무 열성적이고, 특히 수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니 교사로서는 힘든 점도 많습니다.” 라는 솔직한 느낌을 말씀하셨다.
올해 남금랑 교장 선생님은 서해삼육초에 부임한 지 어느새 3년째가 되셨단다. 폐교 직전이었던 학교는 이제 홍성교육청 교육장님과 교육위원들이 학교 운영 및 수업의 모범사례를 보기 위해 다녀가고 홍보뿐만 아니라 시설개선 지원까지 받고 있는 학교가 되었다. 학생 수는 지난 3년 동안 이제 정원을 채우는 것은 물론 인근 도시에서까지 학생들이 모여들어서 저학년은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늘었다. 이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교장 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것으로 원어민 강사를 활용한 영어교육과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들었다. 그 두 가지 수업방법은 모두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적극적인 토의활동과 자기 주도적인 수업에 익숙해 질 수 있게 했으며, 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자기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게 했다. 그렇게 공부한 학생들은 교육수요자인 자신과 학부모를 만족시켰으며, 교육 정책가들에게 학교교육의 모범 사례로 비춰지게 되었다. 그 모든 것 뒤에는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의 21세기를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선생님들의 수업을 지원하는 교장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을 믿는 능력 많은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새삼 실감한 날이었다.
서해삼육초를 나오면서 문득 남교장 선생님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첫 만남은 충남교육정보연구원에서 지난 2007년 12월의 겨울방학 연수를 앞둔 충남 강사 선생님들의 Refresh Training 워크숍이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선생님들은 저마다 “△△△학교 교사 000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 몇 분의 인사가 끝나자 “서해삼육초 교장 남금랑입니다.” 라는 소리에 순간 나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교장 선생님이라니… 이제까지 전국에서 수많은 강사 워크숍을 열었지만, 교장 선생님이 온 적은 없었고, 오실 이유 또한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지금 학교에서 인텔® 미래로 가는 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하시는데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오셨다고 했다. 그 후 한번 더 교장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지난 2008년 1월 인텔® Teach 프로그램 온라인 기본과정 전국 연수에서 선생님은 충남교육청 대표로서 참가자의 자격으로 오셔서 1주일을 꼬박 합숙을 하면서 일반 선생님들과 연수를 받으셨다. 인텔 연수과정은 ICT 활용 프로젝트 수업 설계를 위한 수업자료제작과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은 열심히 참여하고, 누구보다 게시판에 토의글을 많이 올리신 분 중 한 분이셨다.
“학생들의 21세기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많은 연수에 참여해 봤지만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인텔 미래로 가는 교육 연수였어요. 내가 지금까지 받은 연수를 모두 합치면 140학점이 넘습니다. 그 많은 연수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배우고 의미 있는 연수는 바로 인텔 미래로 가는 교육 연수였어요. 그 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수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학교가 바뀌기 어렵습니다. 교장 선생님들에게 이러한 연수는 더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들으면서 남금랑 교장 선생님과 헤어졌다. 학교 정원에 교장 선생님이 키우는 야생화가 옹기종기 모여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